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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2_신윤복_혜원 전신첩_월하정인 (1).jpg

 

눈썹 같은 달이 떠 있는 한밤중에 어느 길모퉁이의 담장 옆에서 젊은 남녀가 은밀히 만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갓을 쓴 선비 차림의 젊은 남자는 한 손에 초롱불을 들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품속을 더듬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쓰개치마를 둘러 쓴 여인은 차림새로 보아 양반가의 여인으로 보이는데,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치마를 허리춤에 질끈 동여매고 치마 아래로는 속곳을 드러내고 있다. 신윤복의 풍속화는 양반·한량의 외도에 가까운 풍류와 남녀 간의 애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 특징인데, 이 그림도 달밤에 밀회하는 젊은 남녀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화제(畵題)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라고 하였으니,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이런 애틋한 사랑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